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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나라 구버전의 추억 이야기

범쿠룽 2016. 11. 24.


  수백개의 기억과 수천번의 되새김을 할 수 있었지만 잊고 지냈던 이름을 떠올려 봤습니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건 이 세상이 500만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사실인데, 그 대단한걸 한번 해냈다 안했다의 후보에 들어갔었던 이름 입니다만 아쉽게도 사실이 아니라는건 아는 사람들은 다들 알고계신 사실일겁니다. 확실한건 한국 최초의 온라인게임이고 그 간판을 무려 20여년간을 내리지 않고 있는 대단함 입니다. '최초'라는 이름을 달고있는 해외 제작의 GAME들은 모두 간판을 내렸습니다만, 바람의나라의 경우, 유지와 보수를 유지하며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최강의 스테디셀러 입니다. 저는 기억속에서 잠시 사라졌다고 해도 어딘가에는 아직도 그 존재감을 떨치고 있는 바람의나라에 대한 많은 추억들이 있습니다.






 초보시절의 로망이 있었습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게임의 인식이 좋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뭐 딱히 너무너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당시에는 게이머들을 딱히 취급해주지 않았죠. 그래서 어머니에게 말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저는 초등학교 이었는데, 정액권을 끊어달라고 말하는건 '엄마 나한테 욕 몇마디만 좀 해줘봐요' 라고 말하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구타유발이 가능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미리 예상하고 그런 현명하지 못한 짓은 안하고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고 전화로 결제했다가 1달 뒤에 맞았습니다.



  그 때 정액권의 가격은 서버에 많은 캐릭터를 한꺼번에 키울수 있는 요금제가 2만9천원정도의 가격으로 기억하고, 캐릭터 한개만 키울 수 있는건 아마도... 1만 8~9천원정도였던 것 같은데 사실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정확하게는 나지 않네요. 저는 어릴 때 배짱도 두둑해서 2만 9천원짜리를 과감하게 결제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집전화로요. 저처럼 바람 하고싶어서 전화결제를 써본적이 있다~ 없다? 있을껄요?



  그러니까 일단 처음 시작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저는 PC방에서 처음으로 해봤는데 키우다보니 레벨이 20을 넘기고, 집에서 컴퓨터로 접속해보니 아이디가 먹통이네요. 결제를 하지 않으면 못한다니... 그래도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주술사의 마법쓰는 모습 때문에 잠 못드는 밤을 보내고 다음날 친구에게 들은 사실은 레벨 20이하는 공짜야! 그래, 그렇다면 난 20을 찍지 않고 바람의나라를 계속 하겠다고 정합니다.







 그 로망은 색깔망토 였습니다!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 외치고 다니면 정말 뿌려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는 항상 운영진이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건지 뭔지 지금와서 생각 해보면 진짜 그걸 왜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사람들이 하길래 저도 한건지 아니면 정말로 뿌려줬던 건지... 확실한건 그 시절 왕초보사냥터 근처에는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가 최고의 유행어 였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도토리 하나 둘 모아서 망토를 사고 마치 이동네의 패션리더는 나야 찌질이들아!! 라는 듯 돌아다니면서 채팅하고 놀았습니다. 당시 도토리 최대 개수는 201개였고 그렇게 모아서 푸줏간에 팔면 1005원을 벌었습니다. 망토의 가격이 15000원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걸 감안하면 15번이나 도토리 노가다를 왔다갔다 해야 살 수 있는 간지템이었죠. 그런데... 저는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걸 깨닳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자색, 금색, 청록생 등 형형색색의 희귀 망또들!! 그때는 왜 그렇게 간지가 넘쳐보이는지 진짜 너무 갖고싶어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 외에 여자캐릭터는 웨딩드레스가 있었죠? 그리고 수많은 삐까뻔쩍한 아이템들이 있었습니다. 바람개비, 죄수복, 한복같은 멋내기용 템들은 연두색 망또를 걸치고 있던 저를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꼭 성공해서 저것들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ㅋㅋㅋ 무슨 인생의 축소판이네요.







 이름만 들어도 새록새록 기억납니다.


 

  비영사천문, 물품감정, 투명, 비영승보, 헬파이어, 건곤대나잇, 필살검무, 부활, 생명의 기원, 뢰진주, 생명의기원 등 명칭만 들어도 이펙트가 머리속에 보입니다. 그리고 동동주, 막걸리, 오십세주, 백세주... 마력 회복용 이었죠? 이가닌자의 검 타라의 옷은 지금 생각해도 소유하고 싶은 완소템 이고요. 노란비서, 소환비서도 기억 나시나요? 정화의 방패와 여신의 방패도 있었고요. 용무기라고 했었나요? 잘 기억이 안나는데 정말 가지고만 있어도 사람들이 몰려드는 물건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조금 멋 좀 부리면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 '님' 이라고 말 걸었던게 생각나네요.



  이렇게 저쪽세상으로 가도 외모는 중요 했습니다. 그래서 저쪽에서도 돈이 있어야 사람답게 산다는 큰 교훈을 얻었지만 무료체험판으로 하는 저같은 찌질이들이 할 수 있던 선택은 몇 개 없었습니다. '한푼만 줍쇼, 형님 만전만 주세요. 지나가는 길에 불쌍한 저를 봐주세요. 옷 살 돈도 없어서 이렇게 헐거벗고 있습니다요.' 등등의 수많은 구걸멘트를 연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요. 거지는 구걸을 해야 거지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꼭 진상 짓으로 1전씩 계속 뿌리면서 배고픈 배마냥 따라다니게 만드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1000전씩 뿌리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그러다가 사람 잘만나면 이유없이 몇만전씩 뿌리는 사람들도 있어서 김첨지의 현대판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한방을 노린 구걸꾼들이 천지에 깔려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아서 산 물품들은 주모에게 맡길수도 있었으나 수수료가 있었고, 죽으면 떨군다거나 하는 이유로 창고 캐릭터가 하나 내지 두개는 무조건 있었습니다. 보통 본캐 이름 뒤에 창꼬, 창꾸, 창고를 붙였던 것 같네요. 캐릭명이 범쿠룽이라고 하면 범쿠룽창꾸,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그 창고로 물건을 옮길 때는 친구에게 부탁하거나 캐릭터 2개를 같은 장소로 이동시켜서 아이템을 떨구고 재빨리 다른 아이디로 접속해서 먹는 방식을 썼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먹지 않게 인적이 정말 0에 가까운 곳에서 실행해야 합니다. 먹힐 가능성도 꽤나 많았지만 갑자기 접속이 안되기라도 하면 손이 부들부들 떨렸었습니다. 안되!! my 보물!


 

  그렇게 모은 보물들로 '따묵'이라는 도박도 있었죠? 따묵은 서로 템을 버리고 옆으로 한칸 왔다 갔다 하면서 서로 먼저 먹는 사람이 가져가는 정말 단순한 즐길거리라기엔 가끔 큰 판이 있었던 도박입니다. 보통 소환이나 출두 그리고 비영승보를 사용할 수 없는 감옥에서 많이 했었죠? 저는 매일 졌기 때문에 이때부터 저는 누군가와 내기같은건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소통이 활발했다.



  요즘은 파티플레이를 강조한다고 해도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많은데, 바람의나라의 경우에는 정말 완전 밀착형의 소통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직업을 도사로 했을 땐 엄청난 인기가 있었습니다. 도사는 죽은 사람도 부활시키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었으나 본인 스스로는 사냥 불가라는 무조건 그룹사냥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다른 직업들도 모두 체력 회복 스킬이 미약해서 그룹사냥은 모든 플레이어에게 필수 였습니다. 독고다이는 주술사만 할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도사와 함께하는게 좋았기 때문에 진정한 독고다이 개인플은 힘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의지하는 분위기가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맵에 노란비서로 그림을 그리고 스크린샷을 찍는 등의 놀이도 많이 했었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이 끼리끼리 만든 나름의 문화는 지금 생각해도 즐거운 것이었습니다. 그 중간다리 역할을 했던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아바타의 감정표현 입니다. 지금보면 약간은 허접한 그래픽이지만 지금봐도 향수가 일어나는 효과음과 표정들이 많죠. 기억나는 것들이 많습니다. A를 누르면 아기가 웃는듯한 소리로 웃었죠? 이걸 반복하면 조금 괴기스러운 소리가 났던걸로 기억합니다. 이 외에는 수많은 감정표현들이 있었습니다.



  B를 누르면 우는 소리가 나왔었는데 저는 구걸할 때 진짜 많이 썼습니다. 그러니까 시끄럽다고 몇 푼 주더라고요... 아무튼 C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부끄러워 합니다. D는 눈 옆에 하트가 생기면서 윙크를 딱 해줬습니다. 저같은 경우 여자 아바타로 남자 애들한테 아이템 좀 구걸할 때 많이 썼습니다. 아니 무슨 난 옛날에 어떻게 살았던건지 생각하게 되네요... 그리고 E는 하품이 나왔었는데 편지를 읽을 때도 자동으로 나왔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Z같은 경우는 졸음 표시가 나왔는데 장시간 잠수시에도 자동으로 나왔었습니다. G는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I는 메~롱 하는 따묵에서 이기고 나서 혹은 무한장에서 상대방을 죽이고 많이 사용 했었습니다. K는 방귀소리가 나면서 뭔가 화났다고 해야할까 삐졌다고 해야할까 하는 얼굴을 했었습니다. L은 춤추기 였죠? 그냥 막 신나가지고 막 댄스파티를 벌일 때 썼습니다. 이거 단체로하면 진짜 시끄러웠습니다. M같은 경우는 다시 거지일 때 많이 쓰게 되는 고개를 묵념하며 인사를 하는데, 상대방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 했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형님 한푼만 줍쇼' 하면서 이거 많이 했었네요... 그리고 N은 한쪽 팔을 하늘로 올리면서 뭔가 이겼다는 뉘앙스를 냅니다. 저는 잘 안썼었어요. O는 얼굴이 파란색으로 사색이 됩니다. P는 키스를 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서로 키스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었네요. 모두 기억난다면 저와 동료입니다!



  그리고 무한장을 기억 하시나요? 지금의 PK장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단체로 자유롭게 싸울 수 있었죠? 저는 항상 이곳에 가면 3초컷으로 죽었습니다. 그리고 성황령에가서 살려주세요, 고맙습니다를 반복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계속 죽을거 왜 계속 갔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더 발전된 곳이 있었는데 12지신 이였나요? 그 맵 이름이 정확한지 모르겠는데 그곳의 무한장은 서로 죽이면 아이템을 떨궜었습니다. 그래서 강한 사람들은 거기에서 죽치고만 앉아있어도 쏠쏠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괜히 모르고 가서 전부 잃고 나왔습니다. 그 당시 저의 모든 것을 잃었었던 슬픈 기억이네요. 아놔 그 때 저 죽인사람은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비매너가 수두룩 했다.


 

   뭐 위와 같은 경우는 운영진이 만든 시스템 내에서 내가 당한거니까 할 말은 없습니다. 사실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고 그만 슬퍼해야죠? 그런데 저런 일이 한번이 아니라는건 잊을 수가 없네요. 위처럼 사람에게 당한게 아니라 몬스터에게 당해 죽었을 때도 모든 재산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성황당에 가서 살려주세요 고맙습니다를 하고 돌아갔더니 뭔가 쌔한 느낌을 받습니다. 전재산 위에 사람이 서있습니다. 거기다 레벨도 높아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뭐 저런 경우는 누구나 한번쯤 겪어 보셨을 겁니다. 저도 반대로 해본적도 있거든요. 죽은 자의 온기가 남아있습니다. 이 말이 사라지면 모두 내꺼야!! 이러고 있었는데 다른분한테 도움을 청해서 소환마법을 저에게 써버렸던 기억이 나네요. 어쨌건 그리고 그 외에도 고수의 길막도 굉장히 짜증났었죠...? 그 중에서도 몬스터 소환으로 하는 길막은 진짜 초보때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해골이 길거리에서 길을 막고있는데 목도로 때려잡을 수는 없었잖아요? 그리고 잠수 중인 나보다 낮은 레벨의 유저들을 소환비서로 끌고가서 말이나 소로 때려잡는 사람도 엄청 많았다. 그냥 뭔가 재밌었던 소환빵은 왜인지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 때 당시 같은 그룹의 일원은 죽어서 떨구는 템들을 온기가 사라지는걸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소환빵을 잘하면 정말 꿀파밍이 가능했었다. 그 외 많은게 있었는데 뇌용량이 허용범위를 초과해서 기억이 안납니다.







 생각해보면 모든 시스템을 갖췄다.



  한국 최초라는 타이틀은 정말 굉장한 것임에 틀림이 없지만 더욱 대단한건 현재 나오는 신작들과 똑같은 시스템들이 생각해보면 이 때 모두 구축이 되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 해봅니다. 탈 것 시스템은 작게나마 말을 탈 수 있었고, 배를 타고 일본으로 갈 수도 있었습니다. 파티시스템에 문맹(길드)까지 있었습니다. 물품을 보관할 수 있었고 숨겨진 요소들도 여기저기 있었고요. 이벤트도 정기적으로도 단기적으로도 많이 했었습니다. 퀘스트도 있었고요. 그리고 '정'이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님'이라고 말하면 거리낌없이 멈춰서서 서로 도와주고 알려주고 장난치고 욕했던 정감갔던 세상을 추억 해봅니다. 어느 순간 너무나 변해버린 탓에 예전을 그리워하는 올드팬들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현역으로 이렇게 뛰고있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정말 신기하네요. 언제까지나 계속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합니다. 대신 조금만 현질 유도는 줄여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_^



  그리고 저렇게 정많았던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고, 사람들은 신버전이 나오고 꽤나 많이 망할거라고 그리고 망했다고 말하지만 20년이나 됐으면서 이정도면 선방정도가 아니라 완전 성공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몇일 전 오랜만에 들어가 봤더니 거의 모든게 바꼈다라는 느낌을 들 정도로 많이 변했네요. 솔직히 한 30분 하고 살포시 종료 했습니다. 변화가 적응이 안되네요~ 뭔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스마트폰보다 그냥 폴더폰이 더 편한 것과 비슷한 걸까요... 정말 그립고 보고싶습니다. 옛날의 그 느낌을 느껴보고 싶네요. 어쩌면 머리가 성장해서 예전보단 감흥이 조금 적게 올 수도 있겠지만 사람 우글우글하던 거의 독재급의 인기를 누리던 그 때가 많이 그립습니다. 넥슨은 올드 유저를 배려하는 '콘텐츠'가 아닌 '그래픽'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추억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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