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류

러시아 월드컵 한국 여정의 끝, 복잡한 감정선

범쿠룽 2018. 6. 28.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팀의 여정이

화려하고 초라하고 뿌듯하게 끝났습니다.

이걸 뭐 어떻게 말해야할까요..

너무 잘해줘서 고맙네요.

눈물이 납니다.


스웨덴전

  아침부터 일어나서 스웨덴전한다 신난다! 라고 육성으로 혼잣말 했던 그 아침, 저는 밖에서 핫도그를 사와서 경기를 보면서 먹으려고 했습니다. 넋놓고 보다가 패널티킥이 선언될 쯤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냠냠하고 있는데 PK 선언이 되자마자 ㅅ으로 시작하는 욕과 ㅈ으로 끝나는 욕을 하면서 핫도그를 허공에서 휙! 후려쳤는데 바닥에 핫도그 햄과 빵부분이 바닥에 떨어져서 우리집 강아지가 못먹게 하기 위해 안돼애!!! 하면서 손으로 집어서 치우고 휴지로 닦는 도중에 골이 먹혀서 핫도그에 꽂혀있던 나무막대를 화면에 집어던져버릴뻔 했던 경기였습니다. 그 이후에 아 진짜 ㅅ으로 시작하는 욕을 끊임없이 연발하면서 무교인 제가 이번판 이기면 종교를 가질게요.. 기왕이면 불교로다가. 라면서 응원했는데 1:0으로 져버렸네요. 이 때 표정이 ㅇ_-.. 이러면서 내가 진것도 아니면서 기죽어서 바닥을 쳐다보면서 다니는 삶의 의욕이 없는 한 사람으로써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멕시코전

  이때는 이미 초반부터 욕을 뇌 속에 장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반의 선전, 이야~ 이거 이기고 독일 어떻게든 해보고 올라가보자! 가즈아!! 라고 하는데 내 삶의 우울함을 더 한층 강하게 만든 만세 시전에 저는 다시금 화면 TV 화면에 선빵을 날리려는 충동을 가까스로 참았습니다. 그리고 2번째 골을 먹혔을 땐... 호흡곤란이 올 뻔 하면서 이제 표정은 바야흐로 -_-... 였습니다. 하지만 가까스로 멘탈을 잡게 됩니다. 그런거 있잖아요. 희망이라도 있으면 그걸 부여잡으며 우린 할 수 있다는 희망고문으로 좀 더 기분나쁜데 이 때 드디어 해탈의 경지에 이르르며 백지의 상태가 됩니다. 이제 저의 관심사는 더이상 경기가 아닌 양반다리를 하고있는 저의 다리 위에 있던 강아지였고, 아고 이뻐 아고 이뻐 이러고 있는 와중 손흥민의 골이 터지고 역시 손흥민밖에 없다 우리흥 ㅠ 이러면서 혼잣말을 하고 경기가 끝난 뒤 그의 눈물을 봤을 땐 이제 저의 표정은 ㅠ_ㅠ 였습니다. 인생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경기 전 친구와 술을 마시며 드립대결을 하다가 집에 돌아온 상태였기 때문에 좋은 기분이었던 저는 더더욱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받으며 삶의 의욕을 잃어갑니다.


독일전

  혹시나 내가 보는 경기만 지는게 아닐까하는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겪는 더러운 기분을 느꼈지만.. 그래도 봅니다. 멕시코전과 독일전 사이에 세상 모든게 나에게 시비를 겪는 느낌을 받으며 블로그 방문자가 늘어나도 '그럼 뭐해 우린 패배자인데' 라면서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며 강아지가 날 쳐다보고 있으면 '넌 날 밥주는 기계로 보는거지?' 라면서 인생을 삐뚤게 살기 시작합니다. 핸드폰에서 친구가 전화하면 '뭐?' 혹은 '왜?' 로 받았으며 전화를 왜그렇게 받냐고 하면 우리 월드컵 끝났잖아!! 라면서 낄낄대던 시기였습니다. 물론 농담이지만 뒤에 뭐와 왜는 진짜였습니다. 어쨌거나 독일전은 정말 처절한 한 판이었습니다. 손흥민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었던 저는 우리나라 선수가 노란 카드를 받을 때마다 심판의 만수무강을 빌었습니다. 그러다 들어간 김영권의 골에서 저의 인생은 다시 장미빛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리고 손흥민의 골이 터졌을 때 우리집 강아지의 얼굴을 사정없이 과격하게 쓰담거리면서 기쁨을 표출했고. 우리집 복돌이는 절 어리둥절하게 쳐다봤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의 인터뷰를 본 뒤 그동안 저의 ㅠ_ㅠ의 표정은 ㅠ_^가 되며 기쁨을 눈물을 흘리며 이번 러시아 월드컵 한국의 여정들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한국이 독일을 이겼다고? 우리 덕분에 올라간 멕시코는 우리와 형제의 나라를 맺고 K팝 및 기타 화장품 등 많은 물품을 수입해가주세요. 한국의 남미 진출의 발판입니다. 그대들은 우리를 사랑할 자격이 있습니다.


조현우 사랑해요!

손흥민 사랑해요!

노니어 사랑해요!

수고해주신 모든 여러분!


  이승우, 구자철, 이재성, 정우영, 문선민, 이용, 윤영선, 김영권, 홍철, 노이어, 그 외 선수 및 코치진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이 며칠사이에 제 인생에서 가장 큰 감정선을 느꼈습니다. 어휴 아휴 아쒸! -> 아 ㅅ으로 시작하는 욕! -> 흐규흐규 불쌍해 -> 잘할 수 있을거야 -> 으앜 어어얔 이럴수가핰 이게 말이되냐 신낰! -> 아쉬워 -> 일상 이 단계로 이어진 감정선은 이마저도 많이 생략한겁니다. 한가지 느낀건.. 우리나라는 전범국에 강한 나라일까? 라는 큿흠.. 깊게 말하진 않겠습니다. 어쨌거나 나름 즐거웠던 2018 러시아 월드컵의 한국 경기들 후기였습니다!

댓글